레이지스튜디오, 당신의 타투를 찾으세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해외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타투를 좋아하기도 했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걸 타투로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한번 여행 가서 해봐야겠다 해서 문의했는데, 제가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더라고요. 포기하던 차에, 펍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가 직접 배워서 하는 건 어떠냐는 말에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제 몸에 셀프 타투 할 생각으로 배웠는데, 타투를 배우던 도중에 하고 있던 일을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때마침 주변에서 제 그림이 타투로 하기에 나쁜 그림이 아니니 다듬어서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부터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첫 타투는 21살에 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어요. 그걸 라인워크로 받았어요. 더 이상 그 도안의 의미도 사라졌고 망해서 지우려고 했는데, 블랙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커버 업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 중에 블라스트 오버라는 커버업이 아닌 타투 위에 타투를 하나 더 그리는 방법을 알게 됐고, 현재는 블라스트오버한 상태에요.

저의 은사님의 영향이 커요. 학교 과제가 자화상을 그리는 거였어요. 저는 운동을 하다가 디자인고를 입학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미 미술을 배우고 온 친구들이었어요. 저는 처음 미술을 배우게 된 터라, 제가 인물은 정말 못 그리겠는 거에요. 제가 선생님께 정말 못 그리겠으니 최저점을 주시면 안 되냐며 울면서 말씀드렸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그림이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였어요. ‘자화상이 꼭 사람의 형태가 아니어도 된다. 너의 얼굴에서 특징이 되는 부분만 살려라 그리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담기는지 그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때 이후로 그림에 자신이 붙었어요.

템포러리 타투를 통해서 저를 알고 오신 분들도 있고, 사용해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외국인 분 중에서는 한국 여행 중에 붙여보고 저한테 와서 작업 받으시는 분도 있었고, 템포러리 타투는 구매해서 붙일 수 있으니까 색만 바꿔서 하신 분들도 있어요. 템포러리 타투 도안을 받고 나서 추가로 더 받기도 하세요. 템포러리 타투로 그린 도안도 한 번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도안으로 문의를 하시는 분들은 변형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어요. 그때 타투 직접 해보라고 말한 외국인 친구가 콕 집어서 핸드포크해보라고 말했어요. ㅎㅎ 그렇기도 하고 처음에 타투를 배워야겠다고 느꼈을 때, 여행을 다니면서 눈앞에 있는 풍경이나 의도치 않게 영감을 주는 글, 요소들을 셀프 타투로 세고 싶었어요. 근데 머신은 들고 이동하기엔 장비가 너무 많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핸드포크를 하게 됐어요.

가로로 길거나 세로로 긴 도안은 생각하기는 해요. 작은 타투나 정사각형에 가까운 도안은 위치 생각은 하지 않고 그리는 편이에요. 타투 작업을 할 때 제가 위치추천도 안 하고 결정하는 데 영향을 안 끼치는 편이에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타투 아티스트의 견해가 들어간 타투 중에 후회를 안 하는 게 없더라고요. 사이즈랑 위치에 대한 모든 결정을 본인이 하면 후회가 덜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줘요. 컬러나 사이즈도 실제와 생각한 거랑 다를 수 있으니 여러 가지 옵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예쁘다고 생각한 걸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영상을 보다 괜찮은 요소가 있으면 그려봐요. 세탁라벨, 미니 포스터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사람들이 세탁라벨을 집중해서 보지 않지만, 레이아웃이 꽤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문구나 요소들을 조합해서 그려보기도 해요. 밈 같은 것도 많이 찾아보고 이렇게 해석해도 재밌겠다 싶은 방식으로 그려보기도 해요. 한동안 라벨을 그릴 때는 옷 가게에서 옷을 안 보고 라벨을 많이 보기도 했어요.

한 달에 두 세 개 정도 카피 관련 연락이 오더라고요. 피드에 올린 작업 사진을 다른 타투 아티스트에게 가서 그대로 받은 사람도 있었어요. 또 이전에 제가 작업했던 도안을 통으로 베껴서 작업하는 타투 아티스트를 발견했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분들 도안도 카피를 하시더라구요. 연락을 하면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핀터레스트에서 봤다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카피에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으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하면 안된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작업자가 다른 작업자 도안 카피하는 방법’으로 해당 내용이 있는데, 내용 그대로 강하게 대처했어요.

카피에 대한 법적 처벌을 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봤어요. 저작권등록을 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제 시그니처 도안인 유령 캐릭터를 저작권등록을 하게 됐어요. 제 시그니처인 유령도안은 저작권등록이 돼 있다는 게 알려지고 나서 확실히 카피가 줄었더라고요. 사실 제 시그니처 도안을 템포러리 타투에도 담고 싶었지만, 제가 캐릭터 저작권을 등록해둔 상황이어서 그 도안은 그릴 수가 없어서 아쉽긴 했어요.

국내 게스트워크는 부산이랑 대전은 문의가 많이 왔던 지역이라 방문하게 됐어요. 광주는 갈 생각은 없었는데, 근 몇 달 사이에 광주에도 와달라는 연락이 많이 왔고, 저도 안 가본 지역이기도 해서 가게 됐어요. 해외 게스 트워크는 호주는 샵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파리는 한국에서 저한테 작업을 받으신 외국 분이 타투를 받으시고, 자주 가는 타투샵에서 새로 받은 타투 얘기 주고받으면서 해당 타투 샵에서 저를 알게 돼서 연락이 왔어요.

저의 부모님이 저한테 커플 타투 받으셨어요. 손목에 작게 결혼기념일 새기셨어요. 처음에 엄마가 타투를 반대하셨는데 타투를 받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많이 놀랐어요. 딸이 타투를 하는데 한 번쯤 받아야 하지 않겠니 라고 해주셔서, 부모님께서 응원해주신다는 든든함이 느껴졌어요.

작업을 받을 때 아버지가 좀 아파하셨어요. ㅎㅎ 아버지가 체구도 크고 키도 크신데 손목에 작게 있으니까 지인분들이 놀린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엄마가 더 받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긴장되어 안 될 것 같다고 안 된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의미 있는 타투를 하실 텐데 저는 그 의미를 알기에 울컥할 것 같아서, 차라리 다른 타투 아티스트에게 예약을 해줄 테니 같이 가자고 말씀드렸어요.

술은…!! 먹지 마세요! 저는 작업 후에 세니덤 필름을 붙여드려서 2~3일 뒤에 제거하시면 되요. 비누나 물에 잠깐 스치는 건 괜찮지만, 장시간 노출되지만 않아야 하고, 비판텔이랑 바셀린 둘 중 상관없지만, 너무 두껍지 않게 발라주면 좋아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예정이면 선크림을 꼭 발라주셔야 하고, 잉크 중에 노란색이 햇빛에 반응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해요

가벼운 직업은 아니니까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손님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리터치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작업자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구요. 핸드포크는 머신에 비해 시작할 때 필요한 비용이 적다 보니 쉽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쉽게 포기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손님들은 방치되니까 쉽게 시작 안 했으면 좋겠어요. 타투 작업 후에 재방문이나 리터치를 받으러 가지 않으면 타투 아티스트는 작업 이후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작업을 받은 사람들은 평생 몸에 남는 거잖아요. 타투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볍게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